PIGS
경제지표 위에 놓인 네 개의 알파벳.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위기를 감당해야 했던 이름들.
그리고 지금, 수치로는 ‘회복된’ 국가들.
 그러나 나는 그 회복이라는 말이
모든 도시로, 모든 사람에게 도달했다고 믿지 않는다.
 이 작업은 두 나라의 침묵에서 시작되었다.
회복이라고 말해졌지만, 회복되지 않은 장소들.
 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했고,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작은 도시들,
지도에서 이름이 작아지는 동네를 골랐다.
그곳엔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있는 듯한 거리들이 있었다.
 상점의 문은 닫혀 있었고,
창문은 오래전에 굳어 있었으며, 그 벽지에는 이전의 삶이 퇴색된 채 얇게 붙어 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찍었다.
다만 건물이나 사물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머물다 사라진 사람들의 체온,
혹은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기억의 결을 따라갔던 것 같다.
 많은 청년들은 떠났고, 노인들이 남아 있었다.
고요함은 존엄이라기보다는 무력함처럼 느껴졌고, 도시는 천천히 비어가고 있었다.
 경제는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이 도시들에는 그 말이 닿지 않았다.
도시의 맥이 끊겼고, 산업은 멈췄으며, 생활의 구조는 낡은 기계처럼 조용히 식어갔다.
 관광이 그중 일부를 살려내긴 했으리라.
그러나 관광이 아닌 삶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낡은 벽과 쓰이지 않는 간판, 버려진 정류장 앞에서 멈추었고,
그 풍경이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수치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풍경은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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