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ongoing
PIGS
경제지표 위에 놓인 네 개의 알파벳.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한때 유럽 재정위기의 중심에 놓였던 국가들이다. 그리고 지금, 수치로는 ‘회복된’ 국가들이다. 그러나 그 회복이라는 말이 모든 도시와 사람에게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이 작업은 그 간극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작은 도시들을 찾아갔다. 지도에서 이름이 작아지는 곳들, 관광객의 시선에서 벗어난 곳들을 골랐다. 그곳에는 시간이 지나간다기보다 멈춰 있는 듯한 거리들이 있었다.
상점의 문은 닫혀 있었고, 창문은 오래전에 굳어 있었다. 벽지에는 이전의 삶이 퇴색한 채 얇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런 풍경을 찍었다. 건물이나 사물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곳에 머물다 사라진 사람들의 흔적과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기억을 따라가기 위해서였던것 같다.
도시의 산업은 멈추고 생활의 구조는 낡은 기계처럼 식어 있었다. 관광은 그 일부를 다시 움직이게 했지만, 관광이 아닌 삶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낡은 벽과 쓰이지 않는 간판, 버려진 정류장 앞에서 멈췄다. 경제가 회복되었다는 수치는 그곳의 시간을 설명하지 못했다.
수치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풍경은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