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는 현재 미국 본토 밖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군기지이다. 이 지역은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군사시설로 사용되었으며, 이후 미군의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또 다른 군사적 흔적이 축적되었다.
캠프 험프리스 인근의 CPX 훈련장은 현재 반환 공여구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군사적 사용의 종료와 반환을 앞둔 이 공간은 폐허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처음에는 이곳을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관찰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것은 예상과 다른 풍경이었다. 주민들은 보이지 않았고, 공간 곳곳에는 미군과 그들의 자녀들이 캠핑을 하고 있었다. 텐트와 캠핑 장비, 그리고 세워진 성조기는 폐허 속에서 현재의 사용과 점유를 드러내는 표식처럼 보였다.
이 장소에는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이 중첩되어 있다. 일본군의 군사시설, 미군의 점유, 그리고 반환을 앞둔 현재의 공간이 하나의 장소 안에 공존했다.
나는 이러한 흔적을 동물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남기는 ‘scent mark’에 비유했다.
군사시설은 단순히 물리적인 구조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표식을 만든다. 벙커와 시설물에서부터 깃발과 텐트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주체가 남긴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 작업은 하나의 공간에 축적된 점유의 흔적을 관찰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이 공간을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자신의 존재를 이곳에 표시해왔는가이다.
반환을 앞둔 공간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군사적 장소가 아니지만, 그곳에 남겨진 흔적은 여전히 현재의 풍경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