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풍경을 바라보며 의문부호를 붙이기 시작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늦은 오후였고 밤이 다가오자 서서히 어둠을 쫓아내는 영어가 적힌 간판들이 작동한다.
빛을 바라보며 하나씩 읽어보았다.
이곳은 미국이라는 것을 뽐내는 듯했다.
아니, 실제로 이곳은 미국이기도 하면서 한국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조그마한 음식점에서 밥을 먹어도 작은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들리는 것은 영어였다.
간혹 주인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괴팍스레 소리 지르는 한국어가 가끔이었다.
남미 음식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였고,
동남아 여성이 운영하는 듯한 어느 조그마한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저녁 컵라면을 먹기 위해 슈퍼를 방문하고 나서야 한국어를 듣게 되었다.
어색함을 품었다.
전날의 의문과 어색함을 가지고 또다시 방문했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았고 전날의 흔적들만 눈에 보였다.
그리고 나를 앞질러가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을 보았다.
군인으로 짐작되는 사람들이 문 열려있는 양복점으로 들어갔다가 슈퍼로 향한다.
이 시간에는 양복점과 전파상 그리고 슈퍼와 부동산 같은 유흥과 관련 없는 가게만 문을 열었다.
‘외국인 관광특구’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이는 길 위를 걷다 보면
그래피티와 몇몇 공예점이 보인다.
시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마련했다고 한다.
관광을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았다.
신기하다며 이곳저곳을 찍다가 간판을 찍기 시작한다.
그러다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혼나고 나서야 그들은 카메라의 파인더에서 눈에서 떼어냈다.
그들을 지나쳐가다 들었지만 아저씨는 건물에는 직업여성들이 살고 있다고 그들이 당신들 신고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재미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지나가는 와중에 내 앞을 지나가는 군복을 입은 미군의 뒷모습을 몇 컷 찍었다.
셔터 소리를 들었는지 당신 그러다가 잡혀간다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우스갯소리로 느껴지지 않았다.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니 캄캄한 어둠속에서 간판이 켜져있는 장면들은 극장의 조명 같았다.
나는 관련된 이름없는 풍경들과 오브제들을 카메라에 마구마구 욱여넣었다.